9월 19일에 독학사 3단계 결과가 나왔다. 총 8과목 중 6과목만 합격하면 되는 시험인데, 작년에 이미 5과목을 합격한 상태여서 이번에 응시한 1개 과목만 붙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58.5점으로 탈락이었다. 1.5점이 부족했고 이는 객관식 하나만이라도 더 맞추면 될 정도로 아까운 점수였다. 4일동안 준비한 시험이었기에 믿기가 어려워 이의신청도 두 번이나 했지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입장만 돌아왔다. 알고보니 내가 문제를 잘못 보았던 것으로 결론을 냈다. 당시에는 전역까지 단 두 달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독학사를 따자는 계획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 자대배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웠던 중장기 계획의 일환이었다. 현재 학교를 2학년 1학기까지만 마치고 왔던 나는 2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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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마치 자기계발서라도 읽어야 할 것처럼- 부족함을, 알았다는 것밖에는- 이 회고에 쓸 말이 없어 안타깝다. 자유의 무게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갈 사람들의 존재와- 세기를 넘어 사회 구조를 변혁해 온 거대한 담론, 그리고 프랙탈처럼 뻗는 우주의 거대함을 알게 되었지만, 돌아온 것은 더 과잉된 자의식뿐이라 허무하다. 방구석에 앉아 골똘히 생각한 들 얻어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잘 알지만, 지금은 경험은커녕 산책을 나서지도 않는다. 결국 얻은 것은 깨질 듯이 복잡한 머리와 얕아진 철학, 나빠진 시력, 그리고 막막한 현실, 사랑뿐이었다. 1. 역량이 부족한 창업가 고도로 성장한 창업가는 철학자와 구별할 수 없다. 창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시장이나..
통찰과 융합의 중간, 통섭최재천을 처음 알았던 건 중학교 국어 시간이었다. 우리 학교의 국어 시간은 좀 특이해서, 매주 새로운 책을 읽고 토론하곤 했다. 그 주차에는 자연과학과 연관된 주제를 다루었는데, 중간에 최재천의 "통찰"이라는 책 이야기가 나왔다.(책에 통섭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당시 과학에 관심이 있던 나는 통찰과 융합의 차이, 그리고 통섭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인문학에 관심이 튼 건 그때부터였다. 내 관심사였던 과학과 전혀 관계가 없을 줄 알았던 국어, 영어, 사회가 통섭이라는 개념 하나로 과학과 엮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통찰"이라는 책을 읽은 건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우리 고등학교는 매일 4시간씩 독서실에서 공부했는데, 유독 시험이 끝나면 이때 할 게 없..
교수님과 면담하던 중이었다. “저는 코딩, 영상, 디자인, 기획 다 어느 정도 해요. 이것들로 돈도 벌고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넷 중에 하나만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진 않아서요.” 사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교수님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신 분이었다. 그런데도, 자기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왜 열심히 사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하셨다. 작년에 작성한 2021년 회고를 전날 읽어간 덕택에, 제법 유창하게 답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겉보기에 세상은 적당히 풍요로워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중엔 소외되거나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 사람도 있어요. (중략…) 그들을 위한 변화를 만들고 싶어요.” 면담이 끝날 무..
2021년 회고를 이제서야 올리는 이유는 3달에 걸친 글쓰기가 이제야 끝나서 그렇다. 하필이면 12월과 1월이 매우 바빴고, 하려는 말이 구체적이고 난해해서 가닥을 잡는 데에만 한 달이 걸렸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로 해서 관련 시스템을 손보기도 했다. 21년의 토픽을 크게 정리해보자면 창업과 대학인 것 같다. 공부와 활동만 하던 고등학생과는 다르게, 대학생이라는 신분과 환경은 미래와 방향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하고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더이상 수과학 같은 불필요한 것들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정말 좋았다. 반면 도전에 뒤따르는 책임도 통감하면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한 해가 되었다. 그런 경험은 창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낱 ..